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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스 클리닉

5. 한의학에서 본 스트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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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979회 작성일 21-04-13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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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한의학에서 본 스트레스 

 

서양의학에서는 병의 원인을 대체로 주인(主因)과 유인(誘因) 그리고 외인(外因)과 내인(內因)으로 크게 나눈다.

 

주인은 결핵균과 같은 병원체로서 질병을 일으키는 직접적 원인이 되는 요인이며, 유인은 과로, 영양부족 등과 같이 질병을 일으키게 하는 간접적인 요인이다. 또 질병이 인체 밖에서 전염원이나 사고 등에 의하여 발생하는 것을 외인이라 하고, 인체 내에서 기능의 장애나 체력쇠약 등에 의하여 발생하는 것을 내인이라 한다.

 

내인은 소인(素因) 및 체질, 면역과 내인, 내분비와 내인 등으로 구분하고, 외인은 영양물의 공급 이상, 산소 흡입의 변화, 이화학적(理化學的) 병인, 화학적 병인, 병원체 등으로 구분한다.

 

한편 캐나다의 셀리에 교수는 기후 스트레스, 외상(外傷) 스트레스, 피로 스트레스, 정신적 스트레스 등의 스트레스학설을 발표하였다.
 
이에 비해 한의학에서는 직접 병을 일으키는 원인의 성질에 따라 육음(六淫), 역려(疫癘: 전염성 질환), 칠정(七情), 음식노권(飮食勞倦), 방실부절(房室不節 : 남녀 성관계의 부절제), 창상(創傷) 및 충수(蟲獸)에 의한 상해, 충적(蟲積: 기생충), 중독(中毒), 유전(遺傳) 등 아홉가지로 분류한다.

 

이 아홉 가지의 병인을 다시 크게 세 가지 유형으로 분류할 수 있으니 즉 내인과 외인 그리고 불내외인(不內外因)의 세 분류가 그것이다. 한의학에서도 병인에 대한 이론은 많지만 내인, 외인, 불내외인으로 구분한 삼인설(三因說)이 송대(宋代)로부터 현재까지 대표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한의학에서의 내인이란 정신적인 요인이요, 외인이란 자연기후의 비정상상태의 영향이요, 불내외인이란 음식이나 생활의 불규칙 혹은 외상(外傷) 등에 의한 요인을 말한다.

 

다시 말해 육음(六淫) 즉 풍(風), 한(寒), 서(暑), 습(濕), 조(燥), 화(火)에 감염되는 것을 외인이라 하고, 칠정(七情) 즉 노(怒), 희(喜), 사(思), 우(憂), 비(悲), 공(恐), 경(驚)에 상(傷)하는 것을 내인이라 하며, 그밖의 병인에 의한 것은 내인도 외인도 아니라고 하여 불내외인이라고 한다.


 이상의 병인설(病因說) 즉, 서양의학의 원인설과 셀리에 교수의 스트레스학설과 한의학의 삼인설을 놓고 비교할 때 상호간의 많은 공통점을 발견할 수가 있어 매우 흥미롭다.

 

먼저 서양의학에서의 원인설과 비교하면 소인 및 체질은 한의학의 유전과 비교되고, 내분비와 내인은 화병, 영양물의 공급 이상은 음식상, 이화학적 병인은 창상 및 충수에 의한 상해, 화학적 병인은 중독, 병원체는 역려나 충적과 각각 비교된다.

 

다음 셀리에 교수의 스트레스학설과 비교하면 기후 스트레스는 육음과 비교되고, 외상 스트레스는 창상 및 충수에 의한 상해, 피로 스트레스는 노권상이나 방실부절, 정신적 스트레스는 칠정과 각각 비교된다. 이를 보기 쉽게 간단한 도표로 만들어 보았다. <도표 추가>

한의학에서는 질병을 야기시키는 요인(要因)을 사(邪)라고 한다. 육음(六淫)은 내부적인 요인도 아니고, 정신적인 요인도 아닌 외부의 환경적 요인이다. 즉, 외인이다. 따라서 육음에 해당되는 풍사(風邪), 한사(寒邪), 서사(暑邪), 습사(濕邪), 조사(燥邪), 화사(火邪)를 외사(外邪)라고 부른다. 그리고 외사에 의한 질병을 외감병(外感病)이라고 한다.

 

육음이 병을 일으키는 것은 계절과 깊은 관계가 있다. 예를 들면, 봄에는 풍병(風病), 여름에는 더위의 이상 변화에서 생기는 서병(暑病), 장마철에는 습도의 과다 현상에서 빚어지는 습병(濕病), 가을에는 기후의 건조가 이상 현상을 초래하여 오는 조병(燥病), 겨울에는 한병(寒病)이 많은 것 등이다.

 

이것이 외감병(外感病)의 일반적 발병 계절이다. 그러나 기후 변화의 복잡성이나 환자체질의 감수성에 따라 병증(病症)이 달라지듯이 사(邪-질병을 야기시키는 요인), 즉 스트레스도 풍한(風寒), 풍습(風濕), 풍한습(風寒濕) 등과 같이 복합적으로 침범하기도 한다.

 

외감병 중 습병(濕病)에 대해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이는 습도의 이상(異常) 증가에서 오는 습사(濕邪)에 의한 것으로 음력 6월을 중심으로 한 장마철에 많다.

 

보통 물 속에서 작업한다든지, 냇가를 걷는다든지, 비에 젖거나 주거지가 습하다는 등의 원인에 의해 일어난다.

 

대체로 습 스트레스가 상체(上體)에 일어나면 머리가 무겁고 코가 막히며, 얼굴은 누렇게 되면서 숨이 차다. 습 스트레스가 하체(下體)에 일어나면 발가락이 붓고, 소변이 찔끔거리면서 탁하다. 여자에게는 냉(冷)이 흐른다. 습 스트레스가 몸안에 일어나면 가슴이 괴롭고 구역감이 생기고 배가 당기며, 황달이 생기거나 물같은 대변 등을 보게 된다. 또 습 스트레스가 인체 표면에 일어나면 한열(寒熱)이 오고, 진땀이 나며, 신체가 피곤하고 사지관절에 동통이 온다.

 

이렇듯 습뿐만 아니라 풍, 한, 서, 조, 화의 이변이라든가 음식, 기거 등의 불규칙도 사(邪)가 될 수 있다. 그리고 노여움(怒), 기쁨(喜), 생각(思), 근심(憂), 슬픔(悲), 무서움(恐), 놀람(驚) 등의 감정 변화가 과다하면 이것 또한 사(邪)가 될 수 있다.

 

이러한 사(邪)는 셀리에가 말한 스트레스 개념과도 일맥 상통한다고 볼 수 있다.

 

여기서는 스트레스의 외적 자극 또는 내적 자극과 관계가 깊은 피로 스트레스와 정신적 스트레스에 대해서만 자세히 언급하고, 기후 스트레스와 외상 스트레스에 대한 설명은 생략한다.

 

 

(1) 피로 스트레스

 

 

 노동과 운동은 인간 생활의 주요 부분이다. 노동은 신성한 것이다. 적당한 운동은 체력을 기르고 식욕을 증진시키며, 병에 대한 저항력을 키운다. 노동을 통하여 근육은 단련되며, 운동을 통하여서는 정신 함양이 이루어진다.


 정신과 건강은 운동과 건강의 관계와 같이 밀접한 편이다. 즉, 건강한 정신은 건강한 육체와 통하고, 건강한 육체는 건강한 정신과 통한다.


 만약 지나치게 안일에 빠져서 운동이 부족하게 되면 혈액 순환이 원활치 못하게 되어 기체(氣滯)증상이 나타나 근육과 골격의 통증과 병적 이상 자세나 형태가 이루어지며, 혈액이 울체되어 염증이 잘 일어나고, 병적 감염이 강하며, 출혈이 잘 일어난다. 소화장애·순환계 장애뿐만 아니라 대소변을 통한 배설 작용이 원활치 못해서 전신의 조직이 기능 감퇴를 일으키며 수명마저 단축된다.


 그러나 운동이 좋고 노동이 좋다고 하여도 지나침은 부족함과 똑같이 건강에 해로운 것이다. 즉, 운동이 부족해도 건강에 불리하며 운동이 지나쳐도 건강에 불리하다.


 예를 들어 하루 종일 근무에 시달리던 샐러리맨이 퇴근과 함께 술 좌석에 모여서 과음을 하고 새벽에 집에 돌아와서 정신없이 취중몽중하다가 아침 늦게 깨어나 또 다시 격무에 시달려야 한다면 며칠 못 가서 피로가 축적되게 될 것이며, 이 피로가 풀리지 못한 채 계속 축적된다면 그 결과는 어떠할 것인가.


 혹은 적당한 휴식과 적당한 운동이나 노동을 여유있게 지켜나가지 못한 채 지나친 운동이나 노동을 고집한다면 역시 며칠 못 가서 피로가 축적되게 될 것이며, 이 피로가 풀리지 못한 상태가 계속 축적된다면 그 결과도 비관적이다.


 결국 운동의 부족함과 운동의 지나침은 다 피로의 축적을 가져올 것이며, 피로의 축적은 비기(脾氣)를 손상하여 기력이 감퇴되고 팔다리가 무력하며, 말수가 적어지고 움직이면 숨이 차고, 발열(發熱)·자한(自汗)하며, 가슴이 답답해지고 불안(不安)까지 나타나게 된다.
 즉, 과도한 노동 등으로 피로가 계속되면 기혈(氣血)이 소모되고 근골(筋骨)이 손상을 받아 질병을 일으킨다는 것이다.


 이를 단적으로 표현하여 <과로하면 기(氣)가 소모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같은 경우를 한의학에서는 노권상(勞倦傷)이라고 한다.


 한편 성생활의 무절제도 이와 같다고 할 것이다. 남녀의 성(性)관계가 과한 것을 방로(房勞)라 하는데 이와 같이 색욕이 과다하여 방실(房室)의 절제를 잃으면 신장(腎臟)에 저장되어 있는 정기(精氣)를 소모시켜 질병을 일으키게 된다. 신체는 허약해지고 얼굴의 광채는 사라지고 피부는 거칠어지며, 기침 혹은 토혈(吐血)을 하며, 허리가 아프고 무릎에 힘이 없으며, 정력이 약해지고, 밤중에 잠자리에서 땀이 몹시 흐르고, 여자인 경우에는 월경(月經)이 일정치 못하고 부정기적인 출혈(出血)혹은 냉(冷)이 나타나기도 한다.


 이와 같은 경우를 한의학에서는 방로상(房勞傷)이라고 한다.


 이상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피로 스트레스 즉, 노권(勞倦)이나 방로(房勞)도 질병의 원인 중 하나임을 알아야 한다.

 

 

 

(2) 정신적 스트레스

 

 

 한의학은 전체적이고도 종합적인 견지에서 인간의 생명 현상을 현상학적(現象學的)으로 다루는 학문이다. 그러므로 신경정신과 질환이라 해도 단순한 뇌조직의 병으로만 보지 않고 육신의 건강과 관련지어 생각한다. 다시 말해서 인간의 정신 기능이나 정신작용의 구체적인 표현이라 할 수 있는 감정(感情)까지도 인체의 생명 활동에 있어서 가장 기본 장기라 할 수 있는 오장(五臟-肝, 心, 脾, 肺, 腎)과 관련지어 생각하고 있다.


 즉 무형(無形)의 정신 작용이라 하더라도 그것은 육신에 기반을 둔 것이므로 오장 기능의 허실(虛實)은 곧 정신면에 반영되며, 정신적인 과로나 충격은 각기 소속된 오장의 기능에까지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이는 곧 육체가 건강해야 정신 상태도 강해지며, 정신이 화평해야 육신도 건강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와 같이 한방 신경정신과는 심신일여(心身一如), 신형불가분리(神形不可分離)의 대원칙 아래 이루어진 학문이기 때문에, 비록 정신적인 질환이라 하더라도 그 치료에 있어서는 육신(오장의 기능)을 조절하여 치료하는데 그 특징이 있다.


 하나의 생명(生命)은 무형적인 운동(정신)으로도 형체적(形體的)인 육체로도 관찰할 수 있는 양면성을 지니고 있다. 즉, 생명 현상을 동적으로 관찰한 것은 정신이고, 정적으로 관찰한 것은 육체이다. 그러므로 어느 한 면만 보는 일은 전체를 파악하는 일이 못 되며, 이를 전일체(全一體)로서의 생명력의 표현이라고 볼 때 비로소 정신 현상과 육체의 기능과는 밀접한 관련성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게 된다.


 한의학에서 정신이란 신(神)으로 명명되는데, 신(神)은 일체 생명의 활동 현상을 통칭하는 것으로 생명 활동 전체를 통수하는 최고급의 영역이다. 정(精)이란 이러한 신(神)의 물질적 기초가 되는 것이다. 

 <동의보감>에 보면 "선천적으로 형성되는 것이 정(精)이며, 양정(兩精)에 의하여 신(神)이 형성된다(生之來謂之精, 兩精相搏謂之神)"고 했다. 또 "신자 수곡지정기야(神者水穀之精氣也)"라 한 것처럼 수곡(水穀)의 정기가 충족하면 오장의 조화가 이루어지고 신(神)의 생성 기전(機轉)이 왕성해진다고 하겠다.


 신(神)은 인간이라는 개체를 놓고 볼 때 제일의 위치를 차지하여 신이 충실하면 신체가 강건하고 반대로 신이 쇠약하면 신체 또한 약해진다. 신(神)이 있으면 생리적인 조건을 모두 갖춘 것이 되지만, 신(神)이없으면 육체적 조건이 완벽하다 할지라도 죽게 된다. 그러므로 신(神)의 존재는 사람의 생명활동 능력을 좌우하는 것이라 하겠다.


 따라서 신(神)은 혼(魂), 신(神), 의(意), 백(魄), 지(志), 사(思), 려(慮), 지(智), 정(精) 등의 내용을 포괄적으로 통할하고 있는 것이다.
 정신과 육체와의 관련성을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 정신분석과 오장과의 관계


 한의학에서는 인간의 정신을 다섯 가지 즉 혼, 신, 의, 백, 지의 기본적인 요소로 분석하고 있는데 이를 오신(五神)이라고 한다.
 

① 신(神)                                                                                                          

신은 생명 현상의 정화인 정신력의 주체이며, 모든 정신 활동을 주관 조절하는 것이다. 신(神)은 오장 중 심장(心臟)에 소속되며, 심장이란 마음의 장부란 뜻이다. 그래서 오장 중에서도 특히 심장을 군주지관(君主之官)이라 하여 우리 몸의 주인격으로 보고 있다.
 심장은 혈액순환의 주체일 뿐 아니라 정신작용의 주체이기도 하다. 심장은 인간이 탄생하면서부터 숨이 끊어지는 순간까지 쉬지 않고 박동을 계속한다.
 

② 혼(魂)

 혼은 정신이란 관념을 구성하는 데 있어 진취적이고 의욕적인 사고를 발현시키는 원동력이 되며, 오장 중 간(肝)의 기능과 관련된다.
 간의 기능이 원활하면 의욕적이고 지나치게 항진하면 사고분일(思考奔逸) · 심박행위(心迫行爲) · 격노 · 충동적인 폭행 등이 나타난다. 반대로 기능이 약해지면 무욕 · 무기력해지며 겁이 많아진다.
 

③ 백(魄)

 백은 혼과는 반대로 억제적이며 억압적인 사고의 원천으로서 오장중 폐(肺)의 기능과 관련된다.
 폐의 기능이 원활하면 체계적인 사고가 가능하지만 지나치게 항진되면 억압적인 사고 경향이 나타난다. 이것이 내부적으로는 자학 · 비탄(悲嘆) · 강박감의 원천이 된다. 외부적으로 나타날 때는 공격적이며 잔인의 원천이 되기도 한다.
 

④ 의(意)

 의란 관념형성(觀念形成)에 있어 하나의 통합 ·통일성을 이루는 기능을 말하며, 오장 중의 비장(脾臟)의 기능과 관련된다.
 비장의 기능이 원활하면 통일된 의사 즉 통일적 인격(統一的 人格)을 이룬다. 지나치게 항진되면 집착성이 강하고, 저하되면 개성이 뚜렷하지 못하고 자아의식이 불분명해진다.
 

⑤ 지(志)

 지란 관념의 지속과 파지(把持) 능력을 뜻하는 것으로 이는 신장(腎臟)의 기능과 관련된다.
 이 기능이 원활하면 침착하고 자기 의사를 지켜 나가는 의지력이 있다. 그러나 지나치게 항진되면 건망(健忘)을 가져오고, 원활하지 못하면 망상(妄想)을 일으키게 된다.
 이상과 같이, 정신 작용은 신(神)· 혼(魂)· 백(魄)· 의(意)· 지(志)의 다섯 가지로 분석한다. 이를 오신(五神)이라 하며 각기 육신(肉身)의 기본 장기인 오장의 기능과 연관되어 있다.
 

이밖에, 지(智)와 정(精)이 있어서 이를 합하여 칠신(七神)이라고도 한다. 지(智)는 의(意)와 함께 비(脾)에 소속시키고, 정(精)은 지(志)와 같이 신(腎)에 소속시키고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분석은 어디까지나 하나의 신(神)의 별칭에 지나지 않는다. 이를 통괄하고 주관하는 것은 심(心)에 소속되어 있는 신(神)이 그 주체가 되는 것이다.
 

오장과 정신과의 상관관계를 표시하면 다음과 같다.

 간 장 심 장 비 장폐 장 신 장 
   魂   神   意  魄  志

 

이와 같이 정신상태를 관찰할 때는 그 정신 상태가 오장의 어디에 관계하고 있는가를 잘 파악해서 그 장(臟)이 실(實)인가 허(虛)인가를 판단하고, 그것을 조절함으로써 의료의 효과를 거두려고 하는 것이 한방 신경정신과의 특징이라 할 수 있다. 이런 정신 상태에 의해서 내장기관의 병태를 판단하고, 더욱이 내장 기관의 병변을 치료함으로써 그 사람의 감정과 정신을 정상화하는 것은 서양의학에서는 없는 의학적 방법론이다.

 

 2) 감정의 분류와 오장과의 관계 

 정신 현상의 구체적인 발로로서 나타나는 인간의 감정도 역시 일곱 가지의 기본 형태로 나뉘고 각기 오장과 연관지을 수 있다. 일곱 가지의 감정이란 즉 희(喜)· 노(怒)· 우(憂)· 사(思)· 비(悲)· 공(恐)· 경(驚)을 두고 하는 말인데 이를 칠정(七情)이라고 한다. 

 이 칠정도 각기 오장의 기능과 깊은 관계가 있다. 즉 희정(喜情)은 심장, 노정(怒情)은 간, 사정(思情)은 비장, 우비정(憂悲情)은 폐, 공경정(恐驚情)은 신장과 관련지워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러한 칠정들의 지나친 발로나 편협한 감정의 지속 또는 빈번한 충격 등 모든 정서의 불안정은 일차적으로 각기 소속된 장기의 기능에 영향을 주게되며, 오장 기능의 이상항진이나 저하 등 육체적인 이변은 그것이 곧 감정상의 불안정으로 나타나게 된다.


 한 가지 예를 든다면, 자주 성을 내면 그로 인해 간 기능이 약해지며 심한 경우는 간의 기질적(器質的) 질병의 유인이 될 수도 있다. 이와는 반대로 과로나 과음등으로 간 기능에 이상을 초래해서 이상 항진이 생기면 매사에 성을 잘 내고 짜증스럽기만 하다. 또 간 기능이 약화되면 용감성이 없어져 무기력· 무의욕(無意慾)상태에 빠진다.


 오장과 감정과의 상관관계를 표시하면 다음과 같다.

  간 장  심 장  비 장  폐 장   신 장 
   怒   喜   思  憂悲   恐驚

 

이상에서 서술한 바와 같이 정신작용을 실질 장기인 오장에 관련 지워 생각하는 것은 오직 한의학만이 가지는 독특한 인체관(人體觀)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세포조직학적인 기반 위에 국소적이며 개별적인 물질구명(物質究明)을 위주로 하는 인체관 밑에 이루어진 서양의학이 일면(一面) 대단히 세밀하고 구체적이며 합리적인 학문체계를 갖추고는 있으나, 그것으로 오묘한 생명현상(生命現象)을 전부 설명하기엔 아직도 부족한 점이 허다한 것이다.


 이에 반해서 한의학에서의 인체관은 대단히 소박(素朴)한 듯하나 산 인간(人間)이 나타내는 구체적인 생리현상(生理現象)을 정확히 관찰하여 이를 체계화했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부인할 수 없는 실증적(實證的)인 학문인 것이다.


 정신작용과 오장과의 관계도 실증적인 현상을 토대로 감저으이 변화가 오장 기능에 미치는 영향을 세미맇 관찰한 경험을 하나의 증후학적(症候學的)인 면에서 체계화한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관점에서 고찰해 봄으로써 최근 날로 격증하는 스트레스로 인한 노이로제(신경증)나 정신병 또는 심신증(心身症)에 대한 올바른 병인(病因)의 파악은 물론이지만, 바른 치료도 가능할 것이라고 믿는다.

 

3) 감정 스트레스가 오장 기능에 미치는 영향  

한의학에서는 질병을 야기시키는 요인(要因)을 사(邪)라고 한다. 질병을 유발시키는 원인은 몸 안밖에 여러 가지가 있다. <소문:조경론>에 "사(邪)는 때로는 陰(인체내부)에서 발생하고 때로는 陽(인체외부)에서 발생한다. 양에서 발생한 경우는 風, 雨, 寒, 暑 등 육음(六淫)의 邪氣가 침입한 것이고 음에서 발생한 경우는 음식 및 기거(起居)가 적절하지 못하거나 방사(房事)가 과도하거나 혹은 지나친 기쁨이나 슬픔 등의 요인 때문이다 "고 하였다. 

 

이것은 질병이 이른바 '사기(邪氣)'에 의해 일어난다는 것을 지적한 말이다. 그 사기는 풍, 한, 서, 습, 조, 화라는 육음의 기처럼 몸 밖에서 생길 수도 있고 노, 희, 사, 우, 비, 공, 경이라는 칠정이 정도를 지나쳤을 때 몸안에서 생길 수도 있다. 그밖에도 음식이나 피로 등도 사기의 원인이 된다.

 

한의학을 일명 氣를 조절하는 의학 또는 마음(정신)을 다스리는 의학이라고도 한다. 그래서 질병의 원인이 될 수 있는 心理를 이해하는 데 있어서는 마음의 움직임에 유의하지 않으면 안 된다.

 

마음의 움직임은 감정으로 나타나며 한의학에서는 감정을 일곱 가지 즉, 노(怒) 희(喜) 사(思) 우(憂) 비(悲) 공(恐) 경(驚)으로 나누어 칠정이라 하고 이 칠정이 각기 신체적인 변화를 일으킨다고 본다.

 

사람의 정서가 정상이면 질병에 이르는 일도 없고 오장육부의 기능 활동에도 유익하다고 보는 것이다. 예컨대 기쁨(喜)은 심장에 작용하여 정상적인 경우 혈기를 잘 통하게 하고 영위(營衛)를 강하게 하며 기분을 너그럽게 만든다. 노여움(怒)은 간에 작용하여 어떤 상황 아래서는 기를 발산시키는 역할을 하며 또 폐기가 소통해서 몸의 구석구석까지 가 닿게 한다.

 

그러나 만약 정도를 지나친 정서가 격렬하게 또는 길게 계속되면 오장육부는 여러 가지 질병에 걸리기 쉽게 된다. <소문:음양응상대론>에서 "노여움은 간을 손상하고(怒傷肝) 기쁨은 심장을 손상하며(喜傷心), 생각은 비장을 손상하고(思傷脾) 걱정은 폐를 손상하며(憂傷肺) 두려움은 신장을 손상한다(恐傷腎)"고 하였고, <소문:거통론>에서는 "성을 내면 기가 오르고(怒卽氣上) 기뻐하면 기가 이완되며(喜卽氣緩), 슬퍼하면 기가 소모되고(悲卽氣消) 두려워하면 기가 아래로 내려가며(恐卽氣下), 놀라면 기가 흐트러지고(驚卽氣亂) 생각하면 기사 엉긴다(思卽氣結)"고 하였다. 이것은 정서의 변화가 생리기능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설명한 것이다.

 

이제 한의학에서 말하는 정서 변화 즉, 칠정이 각기 신체에 미치는 영향을 한의학 최고의 원전인 <황제내경>에서 찾아보면 다음과 같다.

 

① 노즉기상(怒卽氣上: 성내면 기가 오른다), 노상간(怒傷肝)

 

성을 내면 기가 모두 위로 오른다고 하였다. 즉 성을 낸다는 것은 氣와 血이 모두 역상하는 현상을 나타내는 말이다. 성을 자주 내든가 심한 감정의 흥분은 오장 중 血을 저장하고 있는 간(肝)을 상한다고도 하였다.

 

어떤 목적이나 희망이 이루어지지 않은 탓에 긴장상태가 점차 높아지면 마침내 노여움(怒)이 나타난다. 짧은 시간의 가벼운 노기는 억압된 정서 또는 간기(肝氣)의 소설(疏泄)에 유리하지만, 지나치게 성내면 간기의 발산기능이 비정상적으로 높아진다.

 

간기의 상승, 발산이 지나치면 현기증이나 두통을 일으킨다. 나아가 간이 피를 간직할 수 없게 되며, 기를 따라 피가 역행하면 피를 토한다. 또 기와 혈이 함께 머리로 오르면 눈이나 귓구멍 등이 혼란을 일으켜 기절이나 뇌졸중에 이르기도 한다.

 

간기가 옆으로 역류하여 비장을 범하면 만성 설사를 일으킨다. 胃를 범하면 위염이나 위궤양을 일으키며 구토 등의 증세가 나타난다.

간이나 담의 기능이 이상흥분되면 행동이 동적이며 용감해지고, 감정적으로는 성을 잘 내고 흥분되기 쉬우며, 간담(肝膽)이 약해지면 겁이 많아져서 불안해 하고 결단력이 없어 우유부단해진다.

 

② 희즉기완(喜卽氣緩:기뻐하면 기가 느슨해진다), 희상심(喜傷心)

 

즐거우면 氣의 순행이 화평해지니 마음이 너그러워지고 피의 순환도 잘 되어 신체내에 울체되는 것이 없어지므로 이런 상태를 기가 완(緩)해진 것이라 하였다. 즉 모든 마음의 불만이나 생리기능의 불균형 상태가 해소된다는 뜻이다.

 

그러나 희락도 지나치면 신기(神氣)가 소모 분산되어 올바른 신(神)의 기능을 다하지 못하게 되며 오장 중 신을 간직한 심(心)의 기능마저 상하게 한다고 하였다.

 

기쁨(喜)은 목적을 이룩해서 긴장상태가 풀어졌을 때 또는 의외로 무엇인가를 획득했을 때 나타나는 정서이다. 기쁨은 건강에 유익하지만, 갑자기 너무 지나치게 기뻐하면 몸을 해칠 수도 있다. 갑작스러운 기쁨은 심기가 이완된 채 평정상태로 되돌아오지 못하게 하기 때문에 정신이 산산히 흩어져 바보스런 웃음을 일으키기도 한다. 정상적인 조정의 한계를 벗어난 기쁨은 심신을 흩어지게 하므로 심한 경우 죽는 수도 있다. 임상에서 심장병 환자가 갑작스럽게 너무 기뻐하다가 급기야 사망하는 케이스가 종종 있다.

 

③ 사즉기결(思卽氣結: 생각이 과도하면 기가 울결된다), 사상비(思傷脾)

 

한 가지 일을 골똘히 생각하게 되면 기가 순행하지 못하고 한 곳에 맺힌다고 하였다. 그리고 오장 중 소화기능을 주관하는 비(脾)를 상한다고 하였다.

 

생각은 정신을 집중시켜서 사물을 헤아리는 것이다. 사려가 정도를 지나치면 갖가지 질병을 일으킨다. <황제내경>에 "생각하면 마음에 신이 돌아온 채 나가지 않으며 정기(正氣)가 정체하여 움직이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기가 응결한다"고 하였다. 고려(苦慮), 고뇌(苦惱)가 깊으면 의지는 굳어지며 정신은 집중상태가 되지만, 이 상태가 오래 지속되면 몸에 기가 한 곳에 몰려서 풀리지 않는 울결(鬱結)이라는 병리변화가 일어난다. 그밖에 지나치게 사려하면 비위의 운동기능이 손상된다.

 

<여씨춘추>에 다음과 같은 얘기가 있다. 제나라 민왕(閔王)이 고뇌를 한 나머지 비장과 위의 기능이 손상되고, 그것 때문에 소화불량이 되었는데 오랫동안 낫지 않았다. 그런데 문지(文摯)라는 명의가 임금을 격노시켜 기를 발산하게 했더니 구토를 하고 나서 소화불량이 나았다고 한다. 이는 노승사(怒勝思:노여움은 사려를 이기고)의 치법을 응용한 예로, 의사가  교묘하게 언어로써 제왕의 정서에 어긋나게 하고 행위로써 암시하는 방식을 사용하여 병이 갑자기 낫도록 한 것이다.

 

④ 우즉기폐색(憂卽氣閉塞: 근심하면 기가 막힌다), 우상폐(憂傷肺)

 

근심이나 걱정이 있으면 기의 순행이 막혀 폐색(閉塞)된다고 하였다. 그리고 기가 폐색되면 오장 중 肺와 비(脾)를 상한다고 하였으니 근심 걱정 등의 감정적 갈등은 호흡기능과 소화기능을 해친다는 뜻이다. 

 

우수(憂愁)로 인하여 肺를 상하면 기(氣)가 소침(消沈)하여 순행이 이루어지지 않아 심흉부가 폐색됨으로써 불안하고 잠을 이루지 못한다. 또 근심 걱정이 해소되지 않으면 의(意)가 손상되고, 意가 손상되면 명치부위가 답답하며 사지를 움직이지 못한다.

 

⑤ 비즉기소(悲卽氣消: 슬퍼하면 기가 소진된다), 비상폐(悲傷肺) 

 

슬픈 감정이 있으면 기가 가슴속에 막혀 흩어지지 못하므로 열기(熱氣)로 변하여 소실되면서 肺와 心의 두 장기를 모두 상하게 한다고 하였다. 또 호흡기나 순환기계의 병이 생기면 감정도 감상적이 되는 경향이 있다고도 하였다.

 

슬픔은 희망이나 목적을 상실했을 때 생기며, 그 정도는 상실한 것의 가치와 관련된다. 지나치게 슬퍼하면 심장과 폐가 막혀 우울해지고 의기소침해지기도 한다. 심장은 혈을 맡고 있는데 영기(營氣)에 속하며, 폐는 기를 맡고 있는데 위기(衛氣)에 속하므로 심장과 폐의 울혈은 영위의 기를 막기 쉽다. 우울이 오래 계속되면 열이 날 때도 있다.

 

<황제내경>에 "슬퍼하면 심장계가 옥죄어서 폐엽(肺葉)이 열리지 않는다. 그러면 상초(上焦)가 통하지 않게 되고 영위의 기가 발산되지 못하여 열기가 속에 틀어박힌다. 그렇기 때문에 기가 소진된다"고 하였다. 열이 속에 틀어박히면, 음(陰)을 손상하고 氣를 소모시키므로 상체의 폐가 허약해지고 하반신에서는 다리와 허리가 말을 듣지 않게 된다. 한의학에서는 과도한 슬픔은 장의 기를 끊어지게 하여 사람을 사망하게 하는 수도 있다고 여긴다.

 

⑥ 공즉기하(恐卽氣下: 두려워하면 기가 내려간다), 공상신(恐傷腎)

 

두려운 마음이 있으면 기가 아래로 처져 갇히게 되고 위로 오르지 못한다고 하였다.  두려운 감정은 오장 중 생식기와 내분비기능을 주관하는 신(腎)을 상한다고 하였다. 또 두려움은 心을 상한다고 하였으며, 신(神)이 상하면 역시 두려움이 떠나지 않는다고 하였다. 또한 血이 不足하거나 肝이 虛弱하여도 두려움이 그치지 않는다고 하였다.

 

공포는 도망갈 수 없는 경우를 빠져나오려고 하는 심리상태이며, 또 정신이 극도로 긴장하여 겁을 내고 있는 상태이기도 하다. <황제내경>에 "공포를 제거하지 않으면 정(精)이 손상된다. 정이 손상되면 뼈가 약해져 자주 유정(遺精)을 한다"고 하였다. 그러므로 지나친 공포는 腎氣를 해쳐 정력을 약하게 만든다. 신장은 뼈를 맡고 있고 精을 간직하므로, 공포로 신장이 손상되면 당연히 뼈가 약해지고 자주 유정을 하게 된다. 이를테면 갑자기 위협을 받아 공포를 느끼게 되면 정신이상(精神異常)이나 유정, 음위, 야뇨증, 설사 등의 증상을 나타내는 사람을 임상에서 흔히 보게 된다.

 

⑦ 경즉기란(驚卽氣亂: 놀라면 기가 어지러워진다), 경상신(驚傷腎)

 

크게 놀라면 기는 흩어져서 순행의 질서가 무너지며 心도 의지할 바를 잃고 산란해져 올바른 판단이나 생각을 못하게 되므로 온몸의 힘이 쑥 빠지며 心神이 모두 혼란해지는 것이다. 놀람의 감정은 오장 중 腎이 주관하므로, 과도하게 놀라거나 하면 역시 신장에 병변을 초래할 수 있는 것이다.

 

놀람은 뜻밖의 비상사태를 만나 정신이 극도로 긴장한 심리상태이다. 예컨대 갑자기 굉음을 들었다든가, 우연히 이상한 물건을 보았다든가, 갑자기 위기에 처했을 경우 등이다. 

 

갑자기 놀라는 경우, 심장은 두근거리고 신경이 정착할 곳이 없으며 의심이나 걱정 또는 불안과 같은 기가 흐트러지는 상태가 된다. 크게 놀랐는데도 그것이 멈춰지지 않으면 정신의 통제가 이루어지지 않아 치매증상을 나타내거나 쓰러질 때도 있다. 

 

 이상과 같이 칠정은 오장의 기능을 좌우하며 오장은 또한  칠정을 우러나게 하고 있으니 그 상호관계는 긴밀하여 마음과 몸은 하나 즉 심신일여(心身一如)로써 그 경계가 없는 것이 한의학의 사상인 것이다.

 

이상의 칠정을 오장과 연결하면 다음의 도표와 같고, 또 이때의 안색을 살펴보면 역시 다음과 같다. 즉, 화가 나면 얼굴이 푸르락해지고, 기쁘면 얼굴이 벌개지며, 너무 생각이 지나치면 얼굴이 노래지고, 근심이 지나치면 안색이 창백해지며, 놀라면 흑색이 된다.

      

 五      志      怒     喜    思    憂     恐 
 七      情       悲    驚
 五      臟      肝     心    脾    肺    腎 
 안      색      靑     赤    黃    白    黑 



          조홍건(옛날한의원 원장) www.hwab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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