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약을 복용하면 간(肝)이 좋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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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약을 복용하면 간(肝)이 좋아진다
간은 침묵의 장기(臟器)다. 간은 병이 들어도 별다른 증세가 없다. 문제는 여기서부터 발생한다. 갓난아기도 배가 고프면 울음을 터뜨린다. 그 울음소리를 듣고 엄마는 아기가 배고픈 것을 알고 젖을 주게 된다. 살아있는 것은 사람이든 동물이든 시늉을 하게 되어 있다. 피부도 꼬집으면 아픔이 생기듯 자기 몸에 고장이 났을 때는 어떤 형태로든 이것을 남에게 알리려는 것이 원칙이고 정상이다.
그러나 간은 그렇지가 않다. 아무리 아파도 아프단 시늉을 안한다. 물론 대수롭지 않은 병쯤은 아파도 아프단 말을 안하는 것이 유익한 일일지도 모른다. 조그마한 일에도 엄살을 떠는 것은 별로 환영받을 일이 못된다, 그러나 간의 경우는 다르다. 감기 정도로 생각했던 급성간염이 만성간염이 되고, 또 만성간염은 간경변(肝硬變)이나 간암(肝癌)으로 발전한다.
또 간은 인체에서 가장 큰 장기로서 소장에서 흡수돼 문맥을 통하여 운반된 영양물질을 저장하는 기능을 갖고 있다. 그리고 인체에 필요한 성분으로 다시 합성해 몸의 세포를 만들어내고 에너지원인 단백질의 합성에 관여하는 가장 소중한 기관이다. 그뿐아니라 인체내에 들어온 모든 독극물을 해독하고 오래된 적혈구를 녹여서 담즙을 만들어 내기도 하고 호르몬의 분비를 조절하는 등 수백가지의 화학반응을 일으키는 곳이다.
그러므로 간장이 훼손되면 에너지를 만들어낼 수 없고 인체에 중요한 대사작용이 약화돼 쉽게 몸이 피로하고 안색이 나빠지며 매사에 의욕을 상실하게 된다.
간염은 주로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발병된다. 간염을 일으키는 바이러스는 이미 A형, B형, C형, D형, E형의 다섯 종류가 보고되어 있으며, 최근에는 F형과 G형 간염 바이러스도 발견된 바 있다. 그러나 이중 A형과 E형, F형 간염 바이러스는 급성 간염을 유발하며 만성 간질환은 일으키지 않으므로 임상적으로 크게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D형 간염 바이러스는 우리나라에서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우리나라에서 발생되는 만성 바이러스성 간질환의 대부분의 원인은 B형 및 C형 간염 바이러스이며, 특히 B형 간염 바이러스 양성자는 전체 인구의 약 5-10%이며, 전체 바이러스성 만성 간질환 환자의 70-80%를 차지하고 있다.
간염의 증세는 식욕부진, 황달(혹은 무황달), 발열, 피로감, 오른쪽 윗배의 통증, 협통 등으로 나타난다. 병이 진행되는 과정과 형태에 따라 크게 급성간염과 만성간염으로 구분된다.
한의학에서는 <간염>이란 병명은 사용하지 않고 간열병(肝熱病), 노권상(勞倦傷), 황달(黃疸), 협통(脇痛), 적취(積娶), 고창(鼓脹)등의 병에서 간염과 비슷한 증세를 보이고 있다.
기원 전 3세기 경에 저술된 한의학의 최고(最古) 원전인 <황제내경(黃帝內經)> 소문자열론(素問刺熱論)에서는 <간열병은 소변이 노랗고 배가 아프며 눕기를 좋아하고 열이 난다>라고 하여 간염과 비슷한 증세를 찾아볼 수 있다. 또 <동의보감>에서는 <전염되는 황달은 온황이라 하는데 많이 죽는다>라고 간질환의 간염상태를 설명하고 있다.
치료에 있어서도 1700년전 장중경(張仲景)의 상한론(傷寒論)에서 이미 간염 즉 黃疸을 인진호탕(茵蔯蒿湯), 인진오령산(茵蔯五笭散)등으로 치료한 기록이 전해지고 있다.
한방에서는 지금과 같이 바이러스성 간염이라고 분리하지는 못했으나 외관상에 나타나는 병의 증상을 관찰해 간염을 파악하고 치료했던 것이다.
한의에 대한 그릇된 편견을 갖고 있는 일부 양의사들 중에는 간기능에 이변이 생겼을때 한약을 먹으면 치료할수가 없다느니, 혹은 한약을 복용하면 간이 나빠진다고 하면서 환자들에게 홍보(?)하는 이도 있다. 이는 한마디로 터무니 없는 말이다. 대부분의 한약재들은 오히려 간기능을 활성화 시키는데 매우 유효하다.
앞서 설명한 인진호탕과 인진오령산에 들어가 있는 인진(茵蔯) 즉 사철쑥만 하더라도 우리나라 전국각지에 널리 야생하고 있는 약물인데, 여기에 함유되어 있는 카피라닌성분은 담즙분비를 크게 촉진시키는 작용을 한다.
개에 급성담낭염을 유발시켜 사철쑥 달인물을 정제해 1kg 당 1g을 정맥주사하였던 바 상당한 유효성이 인정 되었으며, 사염화탄소로 중독시킨 개의 간장에서도 담즙분비량을 촉진시켰다. 또 치자(梔子)속에 들어있는 지니핀성분과 같이 투여했을 때도 흰쥐의 담즙분비를 촉진시켰다. 또한 흰쥐에 사염화탄소로 간장 손상을 일으킨 다음 사철쑥 달인물을 매일 0.61g씩 피하주사하고 제8일에 조직화학적인 검사를 시행하였던 바 간세포의 종창, 지방변성효소활성이 대조치에 비하여 현저하게 경감되었다. 그리고 간세포의 당분 및 핵산 함량이 회복세를 나타내어 정상에 가까운 접근을 보였으므로 보간(保肝)작용이 있음이 증명되었다.
최근에는 인진을 君葯(主葯)으로 한 한방약 생간건비탕(生肝健脾湯)이 肝疾患의 82.2%를 차지하고 있는 만성B형 肝炎의 치료제로서 90.5%의 치료효과가 있다는 임상보고서가 나와 학계의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이같은 사실은 경희大 창립 30주년기념 제1회 국제東西의學학술심포지엄에서 발표되었던 경희大 한의과대학 김병운, 김정제 교수팀의 <生肝健脾湯을 이용한 만성B형肝炎의 치료> 연구논문에서 밝혀졌다.
보고서에 따르면, 경희大 한의大부속 한방병원을 찾은 만성B형간염 환자중 3개월이상 생간건비탕을 복용시켜 그 결과를 관찰할 수 있었던 21명(남18, 여3)을 검사대상으로 했다.
그 결과 혈청 GOT 및 GPT활성도에 미치는 영향은 제9일에서부터 감소현상을 보였고 정상범위로의 회복은 1~4개월이 소요되었고, 알칼리성인산염(Phosphate Alkaline)値의 정상회복은 1~3개월이 걸렸다. 증상의 해소및 간기능 검사상 정상회복은 16차례고 72.6%이었고 개선이 14.3%(3례), 불변이 9.5%(2례)이었으며, 악화된 예는 1례도 없었다. 결국 총21례중 19례, 즉 90.5%의 치료효과를 얻은 셈이다.
한편, 가까운 일본에서도 의사(우리나라에서 말하는 洋의師)들이 간염을 치료하는 데 제일 많이 응용하는 약(양약, 한약통틀어서)이 바로 한약인 小柴胡湯이며, 또한 중공에서도 土茯笭, 白花蛇舌草를 君劑로 하여 B형간염 치료에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한다.
다행히 대부분의 바이러스성 간염은 자연 치유가 되는데 급성환자에게서 만성으로 넘어가는 약 15%가 큰 문제가 된다. 만성간염이라는 진단을 받게 되면 적어도 6개월 내지 8개월간은 과도한 운동이나 근무를 피하고 영양가 높은 음식을 섭취하면서 생간건비탕을 하루 세 번씩 식후에 복용하면 특효를 보는 수가 많다. 양치질을 할 때 칫솔에 피가 묻어 나오면 생간건비탕에 지유(地愉)와 형개(荊芥)를 넣어 사용하면 바로 그친다.
양방(洋方)에서 肝炎의 치료는 아직 특효약이 없으나, 한방(漢方)에서는 치유되는 일이 적지 않게 있다. 따라서 한약을 복용하면 肝이 좋아지는 것이다. 물론 간염이나 간경번증을 앓고 있는 사람에게 독성이 매우 강한 부자, 초오, 반하, 파두등의 약물을 사용하면 간질환이 더 악화될 수가 있다. 그러나 간질환을 치료하기 위해 독성이 있는 약물을 사용하는 한의사는 아마 한명도 없을 것이므로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조홍건(옛날한의원 원장, 경원대 겸임교수) www.hwab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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