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과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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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과 꿈>
우울증은 인류를 괴롭히는 무서운 질병 열 가지 중에서 네 번째를 차지할 정도로 아주 흔한 병이다. 우울한 기분은 누구든 느낄 수 있으나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로 심하면 우울증이라고 진단할 수 있다. 한방에서는 기울증(氣鬱症)이라 부른다.
우울증에 걸리면 일반적으로 세 가지 욕구가 저하된다. 의욕이 없어지고, 식욕이 떨어지며, 성욕도 감소한다. 잠이 잘 안 오거나 또는 정반대로 잠이 너무 많이 올 수도 있다.
우울증 환자의 수면에는 특징적인 소견이 많다. 우선 건강한 사람보다 꿈이 많아지고 꿈의농도가 진해진다. 따라서 우울증을 치료하려면 꿈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가 필수적이라 하겠다.
한의학에서 꿈의 문제를 중시하는 것은, 대체로 꿈을 질병에 관계 있는 증상의 일종으로 보기 때문이다. 한의학이론에 의하면, 몽상(夢象)과 장상(臟象)은 내재적 연관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몽상은 장상을 구성하고 있는 한 성분일 뿐만 아니라, 장상의 어떤 표현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몽상(夢象)은 자연히 병리적인 상황을 나타내 주는 표지의 하나가 된다.
수천년 동안 역대의 한의학자들은 오장육부(五臟六腑)의 증후를 논하면서 몽상이나 꿈의 상태를 중요한 요인의 하나로 간주하지 않은 사람이 없었다. 《황제내경》에서의 몽상과 장상에 관한 논술은 주로 임상경험을 근거로 하였기 때문에 어느 정도 과학성을 확보하고 있다.
당나라 때의 명의 손사막은 “간이 상하면 꿈을 자주 꾸게 된다”고 하였고 구체적으로“간에 병이 있으면 눈에 정기가 빠진다. 허(虛)하면 한기가 나게 되고, 한기가 있으면 음(陰)의 기운이 왕성해지며, 음의 기운이 왕성해지면 꿈에서 산이나 나무 등을 보게 된다. 실(實)하면 열이 나게 되고, 열이 나면 양기(陽氣)가 왕성해지며, 양기가 왕성해지면 화를 내는 꿈을 꾸게 된다”고 말하고 있다. 요즘 우울증의 주요원인을 간기울결(肝氣鬱結)과 심담기허(心膽氣虛)로 보는 것과 일치한다.
건강한 사람한테는 꿈이 새벽에 많이 나타나나 우울증에서는 훨씬 더 이른 시간에, 예를 들어 오후 10시쯤 잠이 든다고 가정하면 자정을 전후해서 몰려나온다.
건강한 사람은 잠이 들어 첫 꿈을 꿀 때까지 대개 80 ~ 90분 정도가 걸리며 첫 꿈은 거의 기억을 못할 정도로 잠깐 스쳐 지나간다. 이와 달리 우울증 환자의 첫 꿈은 본격적인 ‘진한 꿈’일 경우가 많다.
우울증 환자의 꿈은 과거에 치중하며 같은 주제를 심하게 되풀이하는 경향이 있다. 꿈속에 나타나는 주제도 가까운 사람과 헤어짐, 박해를 받음, 고통을 겪음 등 우울한 주제가 많고 꿈의 색깔을 암울한 흑백으로 꾸는 수도 흔하다.
무릇 “꿈이란 심신불안(心神不安)의 한 증거로 사람의 形과 만나는 것이 일이고 神과 만나는 것이 꿈이다”라고 하였듯이 한의학에서는 어떤 夢象의 증상을 치료하는 몇몇 전문적이고도 주요한 약물이나 처방이 있었다. 이런 약이 알아서 꿈을 줄여주는 것이다.
우울증의 원인은 다양해서, 치료는 원인에 따라 달라질 수가 있다. 예를 들면 원인이 우울증적 성격이면 성격의 변화에 대한 치료를 해야 되고, 사고로 인한 경우는 그에 따른 치료가 우선되어야 한다. 특히 수면장애를 호소하며 수면 내내 꿈만 꾸는 우울증 환자에게는 익기안신탕(益氣安神湯)을 쓰면 꿈을 꾸지 않고 편히 수면을 취할 수 있다.
이와같이 보혈안신제(補血安神劑)를 투여해 우울증이 얼마나 좋아졌는지를 평가하는데도 환자의 수면의 품질이 좋아진 정도를 살펴보면 도움이 된다. 이렇듯 잠과 꿈은 흥미롭게도 우울증을 이해하고 치료할 수 있는 창문 역할을 한다.
옛날한의원(한의학박사 조홍건, 경원대 겸임교수) www.hwab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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